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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빛으로 시간을 재다 – 우주의 나이를 밝히는 두 가지 열쇠

by 디지털금수저 2025. 5. 1.

허블 상수와 우주배경복사로 알아보는 우주의 나이 측정법

“우주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대한 답을 찾아 헤맸습니다. 신화와 전설에서 시작된 우주의 기원에 대한 물음은, 현대 과학의 발전과 함께 수치로 표현될 수 있는 ‘우주의 나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했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주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그 열쇠는 ‘빛’에 있습니다. 오늘은 우주의 나이를 밝히는 두 가지 과학적 방법, 허블 상수(Hubble Constant)와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허블의 관측 – 우주는 팽창 중이다
1929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은 하나의 획기적인 발견을 합니다. 그는 먼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관측했고, 은하의 거리와 후퇴 속도 사이에 정비례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때의 비례 상수가 바로 허블 상수(H₀)입니다.
허블의 관측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제시합니다:
“우주 전체가 팽창하고 있다.”
이는 곧 ‘우주가 한 점에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계속 팽창 중이다’라는 빅뱅 이론의 핵심 가설로 연결됩니다. 우리가 은하들을 관측하고 그 후퇴 속도를 측정하면, 현재 우주의 팽창 속도를 알 수 있고, 이를 거꾸로 계산하면 우주가 팽창을 시작한 시점, 즉 우주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수식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표현됩니다:
나이 = 거리 / 속도 ≈ 1 / 허블 상수
현재 측정된 허블 상수는 대략 70 (km/s)/MPC 정도입니다. 이를 환산하면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으로 계산됩니다.

2. 우주배경복사 – 가장 오래된 빛
그러나 허블 상수 하나만으로는 우주의 나이를 완벽하게 알 수 없습니다. 측정 방식에 따라 수치가 조금씩 다르게 나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두 번째 방법이 필요합니다. 바로 우주배경복사(CMB)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CMB는 빅뱅 직후 약 38만 년이 지난 시점, 우주가 충분히 식어서 빛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발생한 빛입니다. 말 그대로 우주의 아기 사진이라 불릴 만큼, 우주 초기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 복사는 오늘날 매우 낮은 온도의 전파로 관측되며,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우주의 초기 밀도, 온도, 팽창률 등 다양한 물리적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우주론적 인플레이션 이론과 결합하여 우주의 진화 역사를 역추적할 수 있습니다.
CMB를 기반으로 한 현대 우주론 모델에서는 우주의 나이를 약 137.99억 년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허블 상수를 직접 측정한 방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3. 허블 상수 논쟁 – 두 방법의 충돌?
흥미로운 점은, 허블 상수를 직접 측정하는 방법(예: 초신성, 세페이드 변광성 관측 등)과 CMB를 통한 이론적 추정이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 물리학계에서 “허블 긴장(Hubble tension)”이라고 불리는 문제입니다.

직접 측정: H₀ ≈ 73 (km/s)/MPC → 우주의 나이 약 134억 년
CMB 기반 모델: H₀ ≈ 67.4 (km/s)/MPC → 우주의 나이 약 138억 년
이 차이는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으며, 어쩌면 새로운 물리학의 존재를 암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시간을 담은 빛, 그리고 우주를 향한 끝없는 탐구
우주의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열쇠이기도 합니다.
허블 상수와 우주배경복사. 두 가지 서로 다른 빛의 형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주의 과거를 비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시간을 읽고, 역사를 쓰고, 미래를 상상합니다.
과학은 아직 모든 답을 알지 못했지만, 매번 더 정밀한 관측과 이론으로 우리 우주의 이야기를 조금씩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우주라는 책의 다음 장은, 어쩌면 지금 누군가의 망원경 너머에서 펼쳐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