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연과학

양자컴퓨터, 진짜 상용화 될까? IBM과 구글의 기술 경쟁

by 디지털금수저 2025. 5. 3.

한때 공상과학 소설 속에나 등장하던 양자컴퓨터가 이제는 과학기술계의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IBM, 구글, 인텔, 마이크고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IBM과 구글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선두를 다투며 세상을 바꿀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는 정말 상용화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기술은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결정적 차이
일반적인 컴퓨터는 데이터를 0과 1의 **이진 비트(bit)**로 처리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큐비트는 양자역학의 중첩 원리를 통해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가 가능하며, 얽힘(entanglement)이라는 특성으로 여러 큐비트가 연결되어 복잡한 연산을 병렬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양자컴퓨터는 특정 문제에 있어 기존 컴퓨터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연산 속도를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거대한 숫자의 소인수 분해, 분자 구조의 시뮬레이션, 복잡한 최적화 문제 등은 기존 슈퍼컴퓨터도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양자컴퓨터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IBM의 전략 – 점진적인 로드맵과 실용성 중심
IBM은 양자컴퓨터 개발에 있어 매우 현실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2020년부터 **'IBM Quantum Roadmap'**이라는 계획을 통해 매년 큐비트 수를 늘려가고 있으며, 2023년에는 433큐비트의 ‘Osprey’ 칩을 발표했다. 2024년에는 1 가진 ‘Condor’ 칩,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수천 큐비트 이상을 탑재한 양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IBM은 양자컴퓨터를 연구소의 장비로만 두지 않고, 클라우드를 통해 기업과 연구기관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IBM Quantum Experience라는 플랫폼은 누구나 실험적인 양자 알고리즘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을 꾀하고 있다. IBM은 "양자 우월성"보다는, 점진적으로 실용적 문제 해결에 접근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운다.

구글의 전략 – 양자 우월성 선언과 급진적 혁신
반면, 구글은 2019년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선언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구글의 연구팀은 시커모어(Sycamore)라는 53큐비트 양자 프로세서를 통해, 고전 컴퓨터로는 수천 년 걸릴 계산을 단 200초 만에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 실험은 실용적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세상에 알린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구글은 현재 수백 큐비트를 넘는 오류 보정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1백만 큐비트 이상의 대형 양자 시스템을 개발해 기후 모형화에, 신약 개발, 암호 해독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들의 접근은 빠르고 도전적인 대신, 기술적 장애물도 많다. 대표적으로 큐비트의 안정성과 오류율, 열적 잡음 문제 등은 상용화를 가로막는 큰 장벽이다.

상용화의 조건 – 기술적 한계와 기대 사이
양자컴퓨터가 진짜 상용화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기술적 문제를 넘어야 한다.

오류 보정 기술: 양자 시스템은 극도로 민감해, 주변의 작은 열이나 전자기 간섭에도 오류가 발생한다. 실용적인 계산을 위해선 수많은 오류 보정 큐비트가 필요하며, 이는 곧 전체 큐비트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야 함을 뜻한다.
양자 디코히런스 시간: 큐비트는 특정 상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금방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성질이 있다. 이 ‘디코히런스’를 극복하기 위한 냉각 기술과 안정화 장비가 필수다.
소프트웨어 생태계: 양자 알고리즘은 기존 프로그래밍 방식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와 툴, 개발 환경이 아직 부족하다. 생태계 구축이 병행돼야 진짜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다.


누가 먼저 도달할까?
현재로선 IBM이 좀 더 현실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산업과 연구 현장에 양자컴퓨팅을 침투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고, 구글은 장기적 혁신과 도약을 목표로 연구를 이끌고 있다. 어느 쪽이 먼저 진짜 상용화를 실현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두 회사의 경쟁은 분명 양자컴퓨팅 기술 발전을 가속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미래는 지금 시작된다
양자컴퓨터는 아직도 실험실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IBM과 구글, 그리고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이 이끄는 기술 경쟁은 분명히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도 양자 칩이 들어가고, 질병을 예측하는 AI가 양자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할지도 모른다. 그 미래는 결코 허상이 아니다. 다만 지금은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준비되고 있을 뿐이다.